진리탐구의 시금석 연금술의 지혜

옛날 백제의 무왕은 엄청난 양의 금덩이를 가지고 나라를 얻은 사람이다. 그가 왕이 되기 전 미천한 신분으로 있을 때, 늘 마를 캐서 생계를 유지했으므로 그를 서동(薯童)이라고 불렸다. 그는 신라 진평왕의 셋째딸인 선화공주가 자신과 정을 통했다는 낯뜨거운 소문을 퍼뜨려 진평왕이 딸을 내치도록 유도해서 쫓겨난 그녀를 아내로 맞았다.

서동은 어릴 때부터 마를 캐던 곳에 쌓아두었던 산더미만한 양의 황금을 진평왕에게 보냈다. 그러자 진평왕은 서동을 존중하고 높이 대우했다. 이 소문이 백제에 퍼지면서 서동은 인심을 얻게되고 드디어 왕위에 올랐다.

금의 효능이 이렇다. 부정한 딸을 용서하게 하고, 비천한 신분의 사람을 왕이 되게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일확천금, 즉 한줌에 천금을 쥘 수 있다면 사람들은 어떤 희생도 감수하려 한다. 심지어 자신의 목숨까지도.
연금술연금술
일확천금의 연금술사

고대부터 연금술에 매달렸던 연금술사들이 그랬다. 그리고 금을 만들었다고 전해지는 연금술사의 성공담은 더욱 많은 사람들을 연금술에 빠져들게 했다. 그 중에서도 1382년 프랑스의 니콜라스 플라멜이 아내와 함께 수은을 금으로 변성시키는데 성공한 이야기는 유명하다.

플라멜은 연금술로 엄청난 부를 쌓았는데, 많은 재산을 교회에 기부하고 연금술을 지원하는데 썼다고 한다. 플라멜의 성공담은 과장된 것이 분명하지만, 어쨌든 그는 수많은 연금술사들의 희망이 됐다.

한편 동양에서 금은 부의 상징이었을 뿐 아니라 영생의 상징이기도 했다. 중국 한나라 때의 연금술사인 위백양은 신선이 되는 금물을 제조해 먹고, 영원히 죽지 않는 신선이 됐다고 한다.

원자번호 79번, 원자량 196.97인 원소가 금이다. 수은은 원자번호 80번, 원자량 200.59다. 현대과학에 따르면 원소는 다른 원소로 합성되거나 분해되지 않는다. 수은을 금으로 만들었다는 플라멜의 성공담이 믿기지 않는 이유다. 마찬가지로 연금술에 즐겨 쓰인 은, 구리, 주석, 철, 납 등의 금속들도 금이 될 수 없다.

그들에게도 과학이

현대과학으로 보면 ‘천한’ 금속을 금으로 바꾸려 했던 연금술사들의 노력은 참으로 허망하고 비과학적인 일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천한 금속이 금으로 바뀔 수 있다고 믿었다.

왜냐하면 그들의 과학이 그렇게 가르쳤기 때문이다. 고대의 철학자인 아리스토텔레스가 정립한 물질관은 근대화학이 성립되는 18세기말까지 보편적인 물질관으로 인정돼왔다. 고대인들은 모든 물질이 흙, 물, 공기, 불의 4원소로 이루어져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물질이 서로 다른 성질을 나타내는 것은 물질을 구성하는 이 4가지 원소의 구성비율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이해했다.

그러므로 금을 구성하는 4가지 원소의 비율만 안다면 금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금속이 금으로 바뀌는 것은 물이 끓어 수증기로 변하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다만 어려운 것은 금의 원소 비율이 확실치 않고, 구성비를 바꾸는 방법을 잘 모른다는 점이었다.

동양의 연금술에서도 모든 물질은 원래 한가지라고 생각했으며, 이들이 질적인 변화를 일으킬 때 다른 성질을 나타낸다고 믿었다. 과학혁명의 완성자인 뉴턴조차 연금술에 몰두했다.

사실 뉴턴은 천체역학에 집중한 청년시절을 제외하고는 평생 물리이론보다 연금술 쪽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뉴턴이 연금술에 관해 남긴 자신의 원고만 해도 65만 단어에 이른다. 현대과학의 눈으로 보기에는 허황되지만 연금술사들은 그들 나름의 지혜와 과학을 믿었던 것이다.

현대과학의 연금술

연금술사들의 오랜 염원은 현대과학으로 해결됐다. 바로 핵물리학의 발달 덕분이다. 원소는 원자들로 이루어져 있고, 원자는 다시 양성자와 중성자로 이루어진 원자핵과 원자핵 주위를 도는 전자로 이루어져 있다.

원자번호는 원자핵이 포함하는 양성자수를 의미하는데, 그러므로 원소는 원자핵을 구성하는 양성자수와 중성자수에 따라 그 성질이 결정된다. 만일 어떤 조작을 가해 원자핵의 구성을 바꿀 수 있다면 다른 원소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원자핵 내부에는 핵력이 작용하고 있어서 웬만해서는 원자핵을 깨뜨릴 수 없다. 가장 깨뜨리기 쉬운 원자핵이라도 약 107eV 이상의 에너지가 필요하다. 연금술사들이 화덕에 피운 불 정도로는 그야말로 꿈쩍도 않는 강한 힘이다.

그래서 나온 것이 입자가속기다. 강한 전기력을 이용해 입자를 가속시켜 원자핵에 충돌시키면 핵변환이 일어난다. 핼륨원자핵을 가속시켜 탄소원자핵에 충돌시키면 질소원자가 만들어진다. 금에는 지금까지 14개의 방사성동위원소가 알려져 있는데, 이들 대부분이 입자가속기에서 다른 물질을 핵변환 시키면서 부수적으로 얻어진 것들이다.

현대과학으로 연금술이 완성됐지만 과학자들은 금을 생산해 플라멜 같은 부자가 되려는 마음이 전혀 없다. 왜 그럴까. 바로 경제성 때문이다. 입자가속기 하나를 짓는데 수백억원이 들어가고, 이를 가동시키는데도 엄청난 비용이 들어간다.

더구나 그 많은 비용에도 불구하고 생산된 금은 극소량일 뿐이다. 금을 만드는데 금값보다 더 많은 돈이 들어가는데 누가 입자가속기를 돌려 금을 생산하겠는가.

역사상 연금술로 만들어진 금은 대부분 합금이고 가짜 금이었다. 연금술의 과정을 보면 조작의 시작단계에서는 대부분 일정량의 금을 씨앗으로 이용한다. 연금술사들이 목숨을 걸고 얻고자 했던 ‘현자의 돌’도 바로 이러한 금 씨앗이었다. 연금술사들은 처음에 일정량의 금을 매개로 해서 다른 금속을 금으로 바꾸고, 원래의 금을 분리시켜 빼낸다.

이 과정에서 당연히 금의 합금이 만들어지고, 금을 분리할 때도 처음의 금을 순수하게 분리하지 못하기 때문에 금의 양이 늘어나 연금술이 성공한 것처럼 보인 것이다.

그러나 연금술에서 만들어진 금이 가짜가 많았다고 할지라도 연금술사들의 엄격한 성실성과 순결성은 존경받아 마땅하다. 플라멜은 금을 만들기 위해 아내와 함께 자식도 없이 21년 동안이나 유럽 곳곳을 헤매며 각고의 노력을 쏟았다.

대부분의 연금술 서적은 신

지혜에 대한 사랑비하고, 애매한 표현들로 가득 차 있다. 그러나 거기에는 언제나 윤리, 믿음, 순결, 지혜에 대한 사랑, 부단한 노력들이 강조되고 있다. 특히 중국의 연금술사들은 연금술을 행할 때는 여자관계도 하지 않을 정도로 극도의 정신적 육체적인 순결을 강조했다.

중국의 연금술 서적에는 흔히 위백양의 이야기가 삽화로 그려지는데, 거기에는 빠지지 않고 그의 개가 등장한다. 연금술이 믿음과 충직 없이는 아무도 얻을 수 없는 지혜라는 것을 보여주려는 것이다.

시금석이라는 말이 있다. 흔히 가치를 분별해주는 기회나 사물의 뜻으로 쓰이는데, 예로부터 가짜 금을 판별할 때 사용하는 돌을 이르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