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술의 특성

연금술 [鍊金術]은 철이나 구리, 납 따위의 비금속(卑金屬)을 금이나 은 같은 귀금속으로 변화시키고, 늙지 않고 오래 사는 약을 만들려고 하던 화학 기술. 고대 이집트에서 시작되어 중세 시대에 유럽에 퍼졌었다. 초자연적인 힘이나 존재에 대한 믿음·지식·관행을 포함한 광범위한 이론과 실천의 체계이다. 연금술은 싼 금속을 비싼 금으로 바꾸는 방법으로, 그 당시는 모든 물질은 물, 불, 바람, 흙으로 이루어져있다는 4원소설을 믿었다.

황제는 연금술 서적들을 불사르라고 명령했다. 이 무렵 유럽 여러 나라에서는 연금술과 독약 제조 기술이 크게 발달하였다. 연금술이 발달해 가는 과정에서 서양 사람들은 차츰 황과 수은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연금술이라는 말은 그것보다 먼저 있었던 점성술과 연관되어 있는 사상 및 비술을 말한다. 점성술이 별과 인간의 관계를 탐구하고 있다면 연금술은 지상의 물체들과 인간의 관계를 살피고 있다. 이 둘은 인간의 삶이 창조자의 뜻에 의해 이끌려지고, 그것은 하늘에서나 땅에서 그 징표가 나타난다는 믿음에 기초를 두고 있다.

연금술이나 점성술이 지구 여러 곳에 편만해 있는 것으로 보아 인간의 기본적인 사고 유형인 듯하다. 그러나 중앙 아메리카(아스텍·마야)에서는 아직 그 흔적이 발견되고 있지 않고 인도에서도 그리 많이 발견되지 않으나, 중국·그리스·이슬람 문명권에서는 많이 발견되고 있다. 연금술을 뜻하는 앨커미(alchemy)의 정확한 뜻은 분명하지 않다. 그리스나 중국에서는 단순히 ‘그 기술’이라고 부르는데, 그것은 변화나 변형과 관계되어 있다. 연금술에서 가장 중요한 광물은 수은과 유황이다. 연금술사들은 많은 광물을 황산염·백반·염화나트륨 등과 반응시켜 마치 화학 실험 같은 것을 했는데, 이러한 실험 결과 황산·염산·질산을 발견하게 되었다(야금술). 연금술의 특징을 잘 나타내는 중심 단어는 변환이다. 병에서 건강으로, 늙음에서 젊음으로, 지상적인 것에서 초자연적인 것으로 변환을 꾀하는 연금술은 자연히 부·장수·불사(不死)를 그 목적으로 하고 있다.

지역적 특성

중국의 연금술은 전국시대(BC 5~3세기경)에 시작되었으며, 나중에 도교 사상과 접촉되어 많은 발전을 하게 되었다 신비주의). 중국 최초의 연금술 문헌은 연금술을 〈주역〉의 64괘와 연관시켜서 설명한 〈주역참동계 周易參同契〉이며, 최초의 연금술사는 갈홍(葛洪:283~343)이다. 가장 유명한 연금술 책은 손사막(孫思邈:581~673경)이 쓴 것으로 알려지는 〈단금요결 丹金要訣〉인데, 이 책에서 그는 수은·유황·소금·비소 등을 가지고 불사의 영약(靈藥) 만드는 법을 제시하고 있다(연금약액). 유럽의 연금술이 금 만들기를 목표로 하는 연금술사와 영약 만들기를 목표로 하는 이들로 분열되어 있는 반면에, 중국의 연금술은 주로 영약 제조에 몰두했다. 이 차이는 아마 유럽에는 불사를 약속하는 종교가 있었던 반면에 중국에는 그런 것이 없었기 때문인 것으로 추측된다. 중국의 연금술은 영약의 부작용과 다른 의미에서 불사를 가르치는 불교의 유입과 함께 쇠퇴되었다.

인도의 연금술은 힌두교의 고대 문헌인 베다에서부터 언급되고 있는데, 유럽이나 중국의 연금술과 달리 금 제조나 불사의 영약 제조보다는 특별한 질병의 치료약이나 장수 약품 제조에 관심을 두고 있다. 인도의 연금술 역시 1100~1300년경 티베트 밀교가 발흥하자 종교적 신비주의와 결합하게 되었다 ( 탄트라 힌두교). 중국과 달리 인도에서는 수은이 연금술에서 그리 중요시되지 않았다. 그대신 인도에서 많이 채굴되는 초석(硝石)이 중요시되고 있다. 또한 금속끼리 화학 반응을 많이 일으켰으나 산(酸)을 만들어내지는 못했다.

헬레니즘 사회의 연금술은 기원전 300년경부터 시작되었으나, 가장 권위 있는 연금술사는 3세기경 이집트의 조시모스이다. 조시모스에 의하면 ‘기본’ 금속은 죽음과 부활을 통해 귀금속(금)이 되어야 하는데, 이때 그 금속은 검정색·흰색·노란색·자주색으로 변화되는 단계를 밟아간다고 한다. 조시모스는 세상에 사람들이 원하는 물질로 만들 수 있는 어떤 원물질이 있다고 생각했고 그것을 철학자의 돌이라고 불렀다. 철학자의 돌은 결코 평범한 돌이 아니라, 저급하거나 병든 금속을 변화시켜서 온전하게 만드는 원물질인 것이다. 이러한 사상은 나중에 연금술이 인간의 병을 고치는 제약학으로 바뀌는 데 기여하게 된다. 중요한 연금술 문서인 ‘베네치아-파리 사본’의 저자 가운데 하나인 시네시우스는 연금술을 정신적인 작업이라고 주장했다.

아랍의 연금술은 시리아·하잔 등의 도시를 중심으로 발달했는데, 중요한 문서로는 〈창조의 비밀서 Book of the Secret of Creation〉라는 책의 한 부분인 헤르메스 트리스메지스토스의 〈에메랄드 서판(書板) Emerald Tablet〉이다. 이 책에서는 증류법에 대해서 주로 다루고 있는데, 이 사상은 나중에 조시모스에게 많은 영향을 끼쳤다. 아랍 연금술사들은 다른 지역에서와 달리 문자 그대로 금을 만드는 데 관심을 기울였다. 따라서 아랍 연금술은 신비적이거나 종교적인 경향을 띠지 않았으며 의약학과 무관하게 발전했다. 가장 위대한 연금술사로는 알 라지(850~923/924), 자비르 이븐 하얀 등이 있다.

라틴의 연금술은 12세기경 스페인과 시칠리아의 이슬람 사회의 영향으로 생겨나게 되었다. 라틴인들의 연금술은 주로 화학적인 의미에서 중요시되었는데, 로저 베이컨과 알베르투스 마그누스는 1300년경에 이미 연금술의 변화 개념을 언급했다. 13세기까지 중요한 3개의 산인 질산·염산·황산이 발견되었으며, 이것들보다 조금 먼저 알코올이 발견됨에 따라 연금술사들은 장수의 영약 탐구에 열중하게 되었다. 중요한 연금술사로는 니콜라우스 플라멜, 요한네스 루페시사, 파라켈수스(1493~1541) 등이 있다. 파라켈수스는 특히 약학의 발달에 많은 공헌을 했다.

현대의 연금술

화학적인 방법으로 금을 만들 수 없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은 19세기에 들어와서였다. 그전까지 많은 사람들은 연금술을 통해 금을 만들려고 노력했다. 연금술에 대한 권력자들의 태도는 크게 2가지로 나뉜다. 금의 무분별한 생산에 대한 우려로 그것을 금지하는 것과, 더 많은 금을 소유할 목적으로 그것을 후원하는 태도이다. 그러나 연금술로 금을 생산할 가능성이 희박해지자, 18세기부터 연금술은 종교적인 목적으로 방향을 전환하게 되었다. 근대 화학의 발달과 더불어 인간과 우주의 관계에 대한 물음은 이제 과학의 문제가 아니라 영적·종교적 문제로 확연히 구별되었다. 그결과 17세기에 영적인 변화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장미십자회 운동이 생겨나 이러한 경향을 가속화시켰으며, 오늘날에는 연금술이 주로 신비주의의 하나로 여겨지고 있다.

연금술에 대한 평가

연금술사들은 인간의 수명을 연장시키거나, 열등한 물질로 금을 만들어내려고 끈질기게 노력해왔다. 그러나 어느 것도 달성해내지 못했다. 그대신 새로운 실험 기구를 만들어내고, 새로운 물질들을 발견하는 등 근대 화학의 발달에 많은 기여를 했다. 물론 이에 대해서는 많은 논란이 있기도 하지만 대체로 화학의 발달에 대한 연금술의 공헌을 인정하고 있다. 1920년대 스위스의 분석심리학자인 C. G. 융은 연금술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시도했는데, 그는 연금술 문헌에 나오는 수많은 상징적 표현들과 정신병 환자의 꿈속에 나타나고 있는 상징적 이미지의 연관성을 발견해낸 뒤 연금술 역시 ‘집단 무의식’의 표현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