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으로 하는 연금술

구리, 납, 아연 같은 ‘천한’ 금속을 ‘고귀한’ 금속인 금으로 바꾸는 것이 지난 천년 이상 동안 연금술사들의 꿈이었다. 연금술사들은 천한 금속을 귀금속으로 바꾸는 능력이 있다는 철학자의 돌을 찾으려 했다. (해리 포터 영화에 나오는 마법사의 돌이 바로 이것이다.) 근대 화학의 발전과 더불어 연금술의 꿈은 사라졌다. 연금술사들이 시도했던 끓이거나 섞는 방법으로는 하나의 금속을 다른 금속으로 바꿀 수 없다.

20세기에 들어 드디어 인류는 한 원소를 다른 원소로 바꿀 수 있게 되었다. 1919년에 러더포드가 알파선(헬륨 원자핵)을 질소에 충돌시켜 질소를 산소로 바꾸었다. 그 이후 원소를 바꾸는 방법들을 더 찾았지만 이렇게 하려면 원자로나 수 km에 이르는 가속기가 필요했다. (한국원자력연구소에 있는 하나로는 이렇게 산업 및 의료용 방사성동위원소를 생산하는 연구용 원자로이다.) 그러나 빛으로도 연금술을 할 수 있다. 1998년에 미국 로렌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의 톰 코완과 동료들은 그 당시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레이저를 피코초 동안 얇은 금 판에 쏘았다. 플라즈마 상태의 금 원자핵과 전자들은 감마선을 내고 이 감마선은 우라늄 원자핵에 부딪혀 우라늄 원자핵을 쪼개는 핵분열을 일으켰다.

레이저 연금술로 더 쓸모있는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켄 레딩햄과 동료들은 영국 러더포드애플톤연구소에 있는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작은 호텔만한 크기의 불칸 레이저를 써서 방사성 폐기물을 처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였다. 원자력 발전소에서는 폐기물로 아이오딘-129가 많이 나온다. 아이오딘-129는 반감기가 1570만년이나 되기 때문에 지질학적으로 안정한 곳에 수천만년 동안 보관해야 한다. 레이저를 쏘아서 생긴 금 원자핵과 전자의 플라즈마에서 나온 강력한 감마선이 아이오딘-129 원자핵에 부딪히면 원자핵이 불안정해져서 중성자를 하나 내놓고 아이오딘-128로 바뀐다. 아이오딘-128은 반감기가 25분밖에 안되기 때문에 수시간만 지나면 안전하게 버릴 수 있다.

원자력 발전에서 나오는 핵 폐기물을 안정한 상태로 바꾸려는 연구를 하기 시작한지는 오래되었다. 전체 전력의 80%를 원자력 발전에서 얻는 프랑스는 법으로 핵변형을 연구하고 미국도 이런 연구를 하고 있다. 지금까지 이런 연구에서는 원자로의 핵분열에서 나오는 중성자로 원하지 않는 원자를 부수었다. 핵폐기물을 처리하기 위해 원자로를 이용하는 이 방법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이들도 빛으로 원하지 않는 원자핵을 부수는 새로운 방법에는 반대하지 않을 것이다. 1990년대부터 이야기되던 이 방법을 레딩턴과 동료들이 실제로 보였다.

아직은 이 방법이 너무 비효율적이다. 강한 레이저가 감마선으로 바뀌고 이 감마선 중 아주 작은 일부만이 목표하는 원자핵에 부딪혀서 변형을 일으킨다. 최근 실험에서는 아이오딘-129 원자 3백만 개를 아이오딘-128로 바꾸었다. 이것은 1 밀리그람의 1조분의 1에 불과하다. 폭이 수 센티미터인 시료를 모두 처리하려면 레이저를 1017 번이나 쏘아야 할 것이다. 여기에는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하고 불칸 레이저를 지금은 한 시간에 한 번밖에 쏠 수 없다.

원하지 않는 원자를 부수는 것이 아니라 원하는 원자를 만드는 데에도 레이저를 쓸 수 있다. 가장 먼저 실용화된다면 의료용 단층 촬영에 쓰일 것이다. 예를 들어 플루오린-18은 붕괴할 때 전자의 반물질인 양전자를 내 놓는다. 양전자가 전자를 만나면 감마선을 방출하기 때문에 검출기를 주변에 배치해서 플루오린-18이 어디에 있었는지를 알 수 있다. 이 양전자 방출 단층촬영법(positron emission tomography, PET)으로 몸 안에 피가 어디에 많이 흐르는지, 어디에서 산소를 가장 많이 쓰고 있는지를 실시간으로 볼 수 있어서 암을 검사하거나 뇌의 어느 부위가 활발하게 활동하는지를 알 수 있다.

영상을 얻는 동안에만 몸 안에 있고 단층촬영이 끝나면 몸에서 재빨리 없어지도록 PET에는 반감기가 짧아서 빨리 줄어드는 방사성동위원소를 사용한다. 현재는 소형 가속기를 써서 의료용 방사성동위원소를 사용하기 직전에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이것을 갖춘 병원은 매우 드물고 환자와 의료진을 방사선에서 보호하기 위해 가속기를 두터운 콘크리트 차폐벽 뒤에 두어야 한다. 레이저로 의료용 방사성동위원소를 만들면 차폐벽이 필요없다.

레딩턴은 빠르면 5년 안에 병원에서 작업대에 올려놓을 수 있는 레이저를 써서 플루오린-18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을 증명하기 위해 레딩턴과 동료들은 불칸 레이저를 써서 산소로부터 플루오린-18을 만들었다. 레이저를 열 번 쏘아서 한 번 쓸 수 있는 양의 플루오린-18을 만들고 이렇게 만든 원자들을 택시로 가까이에 있는 패터슨 암 연구소로 옮겨서 사용했다.